기업R&D지도사의 전략 사례
그동안 우리는 암 걸린 소와 돼지를 한번도 먹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상황버섯을 원료로 하는 기능성 음료를 제조 판매하는 멘티기업이 있었습니다. 이 기업은 기능성 음료를 만들고 난 다음 남은 상황버섯 지꺼기를 그동안 동네 돼지 농가에 사료로 공급해 주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소식을 들은 다른 돼지 농가에서도 돈을 줄테니 상황버섯 지꺼기를 자기 축사에도 공급해 달라는 제안을 해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낸 것이 바로 상황버섯을 원료로 하는 축사용 사료 첨가제였습니다.
아이템의 컨셉은 전담 전문위원과 이렇게 잡아 놓았으나 문제는 사업계획서 상의 '개발의 필요성' 이었습니다. 처음에 올라 온 사업계획서를 보니 상황버섯의 특성과 장점을 잔뜩 소개하면서 사람이 먹어도 건강해지고 좋으니 가축이 먹어도 좋다는 식으로 작성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여기에는 '변학도'가 없으니 '변학도'를 찾아내도록 피드백을 하였습니다.
이 의견에 따라, 기존 사료 첨가제의 문제점과 한계점을 충분히 파악하여 사업계획서에 기술하기로 하였는데 문제는 기존 사료 첨가제의 종류가 너무 많고 다양하여 고작 몇 주만에 기존 사료 첨가제의 문제점을 찾아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전전긍긍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전담 전문위원이 필자를 찾아와 변학도를 찾아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그것을 파악하는 것이 너무도 어려운 상황이라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조언을 요청했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기존 제품을 모두 분석하고 문제점을 찾기에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면, 대신에 '충격요법'을 사용해 보라고 조언해 주었습니다.
즉, 변학도를 찾는데 변학도의 만행을 1번부터 100번까지 다 나열하는 방법도 있지만, 현재 회사에서 보유한 아이템의 특징과 대비되는 문제를 먼저 찾고, 이에 심사위원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만한 '충격적 접근'을 시도해보라는 조언이었습니다. 그래서 찾아낸 '충격적 접근'이 바로 '그동안 내가 먹은 소와 돼지는 암에 걸리지 않았을까? 과연 나는 지금까지 암에 걸린 소와 돼지를 한번도 안먹었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였습니다.
암은 사람만 걸리는 것이 아니라 소와 돼지와 같은 동물에게도 있습니다. 상황버섯이 암 발생 또는 암 증식을 억제하는 인자요소가 있어 사람에게 효능이 있다면 동물에 있어서도 동일한 효능이 있을 것이므로 가축들의 암 발생 현황과 관련된 논문이나 보고서 등을 찾아 보도록 하였고, 우리가 의식하지 않고 먹었던 육류에도 어쩌면 암 발생 가축이 있었을 수도 있었다는 다소 충격적이고 무서운 명제를 던지는 것으로 기술개발의 필요성을 찾아보도록 하였습니다.
이런 코칭에 전담 전문위원은 크게 공감하였고, 이 내용을 멘티기업에게 전달하여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도록 하였으며 이 메시지를 받은 멘티기업은 사료 첨가제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인허가 사항을 득하여 이를 직접 사업화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러한 준비과정에서 기존 상황버섯 기능성 음료의 시설 확충을 위해 모집되었던 투자자들에게도 이러한 메시지가 전달되어 오히려 더 큰 금액으로 기업 투자가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부산에서 서울로 가는 길은 엄청나게 많습니다. 신제품 개발을 위해 정부로부터든, 민간으로부든 투자만 받으면 결과는 동일하지만, 중요한 것은 투자를 받을 만한 제품과 기술이 갖고 있는 핵심적인 메시지 입니다. 그 메시지가 얼마나 강력하고 얼마나 공감이 갔던지 정부과제 심사위원들에게 전달되기도 전에 자체 투자자들에게 먼저 흡수되어 그 반응이 먼저 나타났던 것입니다.
이 제품이나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확실하고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그리고 '변학도를 찾아라' 전략을 통해 하루라도 빨리 시급히 개발해야 하는 그 확실한 메시지만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심사위원은 물론 투자자들의 마음까지도 움직여 기업이 원하는 투자를 기꺼이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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